24개월 아이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너무 이를까? 임상심리사 엄마가 방문을 결정한 3가지 이유

 

“아직 두 돌도 안 됐는데, 벌써 소아정신과에 가야 할까요?”

아이의 언어발달이 또래보다 느린 것 같을 때, 부모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조금 더 기다리면 말문이 터질 것이라는 주변 경험담과 가족들의 위로 섞인 말들과 조기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유튜브, 책, TV 방송 등 정보는 동시에 들려옵니다. 무엇이 우리 아이에게 적절한 판단인지 결정하기란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는 13년 차 임상심리사이자 첫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평가와 상담을 진행하며 이해해 왔지만, 정작 제 아이의 발달을 바라보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아이를 가장 오래 관찰한 엄마였지만, 아이의 모든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아이가 만 24개월이 되기 전부터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우리 부부가 생후 24개월이 채 되지 않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문의 진료 그리고 언어 평가 및 놀이 평가를 받기로 결정한 세 가지 이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망설였던 세 가지 이유를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한 아이의 경험을 통해 발달평가를 결정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기록입니다. 특정 진단을 설명하거나 모든 아이에게 같은 선택을 권하려는 글은 아닙니다.

1. 저는 아이가 말을 조금 늦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첫째 아이입니다. 친정과 시댁 모두 지방에 있었고, 남편은 아이 생후 100일 무렵부터 회사일과 개인적인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였고, 일상적인 육아의 상당 부분을 제가 맡아왔습니다.

아이를 가장 오래 관찰하는 사람도 저였습니다.

제가 느낀 아이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낯선 자극을 조심스러워하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며, 반응이 비교적 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상심리사로서 이런 모습을 위험회피 성향이 높은 기질과 연결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익숙한 사람, 익숙한 공간, 좋아하는 장난감 앞에서는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반대로 낯선 사람이나 새로운 환경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것보다는 말을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아이일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보기에는 간단한 말귀도 곧잘 알아들어 수용언어가 괜찮아 보였습니다. 이름을 부르거나 익숙한 지시를 했을 때 반응하는 모습도 관찰되었습니다. 적어도 저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는 그랬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저는 아이의 표현언어가 조금 늦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판단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익숙한 환경에서 본 아이의 모습이 아이의 전체 발달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믿었다는 점입니다.

2. 그런데 아빠가 보는 아이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남편은 저와는 다른 부분을 걱정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이가 익숙한 사람에게 잘 반응하는 편이었지만, 아빠와의 상호작용에서는 그렇지 않은 순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특히 신경 쓴 것은 다음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 아빠를 만났을 때 기대했던 만큼 반가운 정서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점
-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 점
- 눈을 맞추며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적다고 느낀 점

처음에는 저도 이런 차이를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 친숙함의 차이, 아이의 조심스러운 기질로 설명하려 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는 상대방이나 환경에 따라 눈맞춤, 호명 반응, 표현하는 말의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과, 그것이 실제 원인이라고 확인되었다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아빠에게 보이는 반응이 적다고 해서 곧바로 애착이 약하다거나 특정 발달장애가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엄마에게 눈맞춤과 호명 반응이 잘 이루어진다고 해서 모든 사회적 의사소통 발달이 적절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남편의 관찰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지 못한 아이의 모습이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3. 우리가 진료를 결정한 직접적인 이유 3가지


첫 번째. 표현언어의 발달이 눈에 띄게 더뎠습니다

24개월이 가까워졌지만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거의 없고 무발화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도 거의 나타나지가 않았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언어를 사용해 다양한 의도를 전달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후 24개월 무렵에는 두 단어를 연결하는 표현이 중요한 발달 지표 중 하나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세 발달 이정표에도 두 단어를 연결해 말하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정표 하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곧바로 장애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언어발달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말문이 트였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단어가 증가하는지, 의사소통의 목적이 다양해지는지, 언어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사용되는지입니다. 

아마 저는 이 부분에서 객관적으로 보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주 양육자인 엄마와 애착관계가 긍정적이고 안정적으로 형성되어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전반적인 타인에 대한 상호작용에 대한 욕구와 의도를 과대평가한 것 같았거든요. 이 부분을 더 정확하게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아빠와 엄마가 관찰하는 사회적 반응이 다른 점, 어린이집 교사의 피드백

표현언어가 늦는 문제에 더해, 호명 반응과 눈맞춤에 대한 부모의 관찰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눈을 몇 초 맞추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말과 행동에 반응하는지, 관심을 공유하는지, 도움이 필요할 때 적절하게 요청하는지, 제스처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저는 엄마와의 친숙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반응에 주목하고 있었고, 남편은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더 많이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수집된 두 개의 관찰 자료가 있었던 것입니다. 발달장애를 포함한 우울장애,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 정신과적 진단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전반적인 일상생활 상의 기능 손상, 두 가지 이상의 임상장면에서 나타나는 일관된 손상입니다. 엄마와 아빠의 다른 평가 그리고 어린이집 교사의 피드백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보시기에 아이가 타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혼자 놀기를 선호하며, 눈맞춤과 호명반응이 또래와 비교해서 저하되어 있다고 했거든요.


세 번째. 기질만으로 모든 발달적 차이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신중하고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 보인다는 설명은 분명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질은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이지, 언어와 사회적 의사소통의 발달 수준을 대신 평가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반응이 느린 아이일 수도 있고, 언어발달에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두 특성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이 가능성들을 구분하기 위해 제 해석과 별도로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4. 그럼에도 우리가 망설였던 이유 3가지


첫 번째. 24개월은 발달 변화의 폭이 매우 큰 시기입니다.

당시 주변에서는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두 돌 전후에는 새로운 단어와 놀이, 사회적 반응이 빠르게 발달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이 시기에 표현언어가 빠르게 증가합니다. 따라서 한 시점에 관찰한 모습으로 먼 미래의 발달을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발달의 변화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과 평가를 미루어야 한다는 주장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변화가 큰 시기이기 때문에 현재 강점과 어려움을 확인하고, 일정 기간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할 기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저는 아이의 기질과 양육환경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긴장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지식은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동시에 제 판단의 한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기존에 형성한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를 더 주목하거나, 특정한 관점에서 관찰을 해석하는 경향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가 조심스럽고 반응이 느리다는 설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다른 발달적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충분히 개방적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도 전문가이기전에 그저 우리 아이가 괜찮기만을 바라는 엄마가 먼저였나봐요. 내 아이는 객관적인 평가 대상이기 이전에, 이미 익숙한 존재였습니다.


세 번째. 이른 시기의 진료 결과를 얼마나 확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됐습니다

솔직히 이 시기에 진료를 받는다고 해도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시기에는 전문의마다 의견도 몹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발달평가는 한 번의 진료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과정이 아닙니다. 관찰 당시의 컨디션, 낯선 환경에 대한 반응, 가정과 기관에서의 행동, 이후의 발달 변화가 모두 중요합니다. 여러 전문가의 평가가 서로 다른 측면을 강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른 진료를 받더라도 그 결과를 아이에 대한 최종 판단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앞으로의 관찰과 개입 방향을 설정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보다 정확한 개입과 치료를 위해서 적어도 2곳 많게는 3곳의 소아청소년전문의가 있는 기관에 방문하는 것을 합의했습니다. 

지금 현재 기준 서울 소재의 서대문봄정신건강의학과에서 초진과 언어평가 후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를 유지 중이고, 해솔정신건강의학과에서 40여분간의 초진, 그리고 대구 소재의 정성훈정신건강의학과에서 초진 그리고 놀이평가를 진행했어요.

5. 임상심리사 엄마가 ‘막연한 기다림’만으로는 안 되겠다 생각한 이유

전문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언어발달의 어려움을 한 가지 원인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말이 늦는 아이 중에는 성장하면서 또래 수준을 따라잡는 아이가 있습니다.

미국언어청각협회(ASHA)는 늦은 언어 출현을 보인 아동 중 상당수가 이후 언어발달에서 또래 수준에 도달하지만, 일부는 언어 및 문해 관련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어떤 아이가 자연스럽게 따라잡을지 확실히 구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용언어가 비교적 좋은 것은 긍정적인 정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언어만 늦는다고 생각했던 아이에게 실제로는 수용언어의 어려움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도 그랬어요. 수용언어가 양호하다 생각했는데 실제 언어평가에서는 4개월 지연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수용언어가 양호해도 의사소통, 놀이, 제스처 등 다른 영역에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확인하려 했던 것은 '우리 아이에게 어떤 진단명이 있는가'만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아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도움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가정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바꾸면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18개월과 24개월에 자폐스펙트럼 관련 발달 선별검사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발달에 대한 우려가 확인되면 진단이 확정될 때까지 모든 지원을 미룰 필요는 없다고도 설명합니다. 이는 모든 24개월 아이가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24개월은 발달에 대한 우려를 상담하거나 평가하기에 무조건 너무 이른 나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적합한 평가와 개입은 발달 상태에 따라 달라져야 하며, 조기개입 역시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개별화된 방식으로 계획되어야 합니다.


6. 우리 부부는 이렇게 합의했습니다

저는 남편이 관찰한 모습을 제 설명만으로 덮어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남편 역시 한두 가지 행동만으로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확정할 수 없다는 점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우리 부부가 결국 합의한 것은 단순했습니다. 지금 진료를 받는다고 해서 아이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발달을 살펴볼 기회를 얻을 수는 있다. 

그래서 여러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에 예약 가능 여부를 문의했습니다. 가장 빠르게 진료할 수 있는 곳을 먼저 선택했고, 대기 기간이 약 3개월인 다른 곳도 추후 평가를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 예약해 두었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여러 병원을 다녀야만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까지 총 3곳의 소아청소년전문의를 만났고,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를 유지 중입니다. 


7. 지금 돌아보며 생각하는 것

공교롭게도 우리 아이는 정확히 생후 24개월이 되는 날, 첫 공식 언어발달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날 받은 검사 결과는 제가 가정에서 보아왔던 아이의 모습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는 말을 잘 알아듣는 편'이라고 생각했던 제 판단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24개월 언어평가에서 수용언어 20개월, 표현언어 16개월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무엇을 알 수 있었고, 무엇은 아직 알 수 없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보겠습니다.


발달이 걱정되는 부모님에게

걱정하는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는 엄마로서 그리고 위로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도움으로 연결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임상심리사로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이가 24개월 전후인데 말이 늦거나 사회적 의사소통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다음을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 단어 수와 두 단어 조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 간단한 지시를 이해하는가?

- 가리키기, 보여주기, 요청하기 등 제스처를 사용하는가?

- 사람과 상황에 따라 눈맞춤·호명 반응·놀이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 새로운 놀이와 상징놀이가 나타나고 있는가?

- 이전에 할 수 있던 기술이 줄어들거나 사라진 적은 없는가?

한두 가지 항목만으로 진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우려가 있다면 소아청소년과 또는 발달을 평가하는 전문의에게 상담하고, 필요한 경우 언어평가·청력평가 등을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임상심리사이자 양육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개별 아동에 대한 진단이나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아동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 개인식별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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